[소설 리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 소네 케이스케 ­

어찌 보면 비운의 책(?)이 되어버린 소네 케이스케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이 책이 처음 우리나라에 출간된 것은 2013년인데 뭐 지금도 그렇지만 소네 케이스케라는 작가가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작가는 아니라서 -정작 나는 국내에 출간된 책은 다 읽었을 정도로 나름 애정하는 작가지만- 미스터리 마니아들 사이에서나 알려진 정도의 책이었다.

그런데 이 책이 새삼 알려진 것은 무려 ‘정우성, 전도연 주연의 영화화’ 소식이 들려오면서부터였다.

사실 영화화 소식은 정~~~말 예전부터 들려왔는데 내내 소식이 없어 무산된 건가,, 싶었는데 작년 초에 출판사 ‘아르테’에서 이 책을 출간하면서 -최초에는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었다- 띠지에 ‘정우성, 전도연 주연의 영화 2019년 개봉 예정’이라는 문구를 넣어서 오!
개봉하는구나 했지만 또 소식이 없,,,;;; 결국 2020년에 개봉하기로 했으나 코로나로 인해 또 연기,, 되었다 겨우 개봉했지만 역시 코로나로 인해 큰 성과없이 막을 내리고 말았다.

개봉하면 보러 가야지 했던 나도 종국에는 영화관으로 보러가지 못했으니 정말 아쉬운 노릇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보니 대략적인 내용은 기억이 나는데 세세한 부분은 많이 잊어버린 것 같아 영화를 보기 전에 한 번 다시 읽어야겠다!
마음을 먹고 새롭게 아르테에서 출간된 책으로 손에 들게 되었다.

​​이야기는 어느 24시간 목욕탕에서 시작된다.

환갑의 나이에 목욕탕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아카마쓰 간지’는 새벽에 갑작스레 들어온 어딘지 불안해보이는 정체불명의 남자가 두고 사라진 가방을 분실물로 맡게 된다.

그런데 그 가방 속에 들어 있는 것은 그 금액을 알 수 없을 정도의 거액의 지폐!
그는 자신의 가난한 생활 속에 우연히 들어온 돈가방으로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한편 형사인 ‘에바토 료스케’는 조직폭력배에게 2천만원의 빚을 지고 내내 시달리고 있다.

빚의 원인은 애인이었던 ‘최영희’로 인한 것이지만 그녀는 그의 앞에서 이미 사라진 뒤. 그런 그에게 한줄기 희망은 동창이 사기로 챙긴 거액의 돈을 가로채는 것이다.

그를 믿고 오기로 한 동창은 어느 순간 연락이 두절되고 료스케는 점점 조직폭력배에게 목숨을 위협받게 된다.

​주식으로 빚을 진 이후 남편의 상습적인 폭행에 시달리는 주부 ‘쇼다 미나’는 돈을 벌기 위해 제과공장에서 일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결국 ‘유부녀의 정원’이라는 윤락 사이트를 통해 성매매를 하게 된다.

그곳에서 손님으로 만나게 된 ‘무토 신야’는 그녀의 이러한 사정을 알고 남편을 죽여주겠다고 하고 실제로 성공했다고 그녀에게 이야기를 한다.

그렇지만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집에 들어서는 남편. 과연 그는 누구를 죽인 것일까?​​기본적으로는 이렇게 세 명의 화자가 번갈아가면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데 일견 아무런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들이 어떻게 얽혀있는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것이 이 책이 가진 장치적인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각자 안타까운 사정을 가지고 있어서 어느 정도 동정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지만 제목처럼 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욕망에 누군가를 희생시킬 수도 있는 짐승들이기도 하다.

궁지에 몰려 그야말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이들 앞에 과연 희망은 있는 것일까?​세 명의 이야기에는 각각 궁금증을 자아내는 요소들이 있다.

일단 ‘간지’의 이야기 속 정체불명의 남성은 과연 누구일까? 그리고 ‘료스케’의 이야기 속 ‘최영희’와 ‘동창’의 행방은? 마지막으로 ‘미나’의 이야기 속에서 신야가 죽인 사람은 누구일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세 이야기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으며 마지막에 어떤 결론을 맞이하게 될까? ​이야기가 세 사람의 시점이 교차하며 진행되기 때문에 집중이 덜 된다거나 산만할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각자의 이야기가 너무 긴박하고 절박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독자 역시 어느 이야기로 넘어가든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또 나름대로 이 세 개의 이야기가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추리하려 애쓸지도 모르겠다.

내 기준에서는 어느 정도의 추리력으로는 이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따라잡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개별적인 이야기의 짜임새도 뛰어나지만 각각의 이야기의 퍼즐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의 쾌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특히 이 책을 처음 읽었던 2013년 즈음에는 정말이지 뒷목이 뻐근해질 정도로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있다.

정말 사소한 이야기 하나까지도 허투루 하는 법이 없는 작가의 능력이 가장 잘 드러난 책이 바로 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소설을 읽으면 정우성과 전도연이 각각 어떤 역할을 할지는 쉽게 상상이 가는데 그 이상으로 영화화하기 쉽지 않은 이 소설이 가진 ‘장치’를 어떻게 영상화 했을지도 너무 궁금하고 소설과 영화는 어떤 공통점이 있고 어떤 차이점이 있을지도 역시 궁금하다.

이제 책도 다시 한 번 읽어서 내용을 확실히 알았으니 다음에는 영화를 볼 차례!
!
영화 후기는 진짜 거의 안 남기는데 재미있으면 후기를 남기는 걸로 하고,, 오랜만에 다시 읽었지는데 역시 재미있었던 책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소네 케이스케의 작품 중에는 정말 재미있으면서도 뒷골이 서늘해지는 좋은 책들이 많은데 꼭 더 많은 책들이 국내에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마지막으로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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