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리 블루스(路边野餐, Kaili Blues, 2015) 영화 정보, 리뷰ː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몽환적인 이야기

중국 영화 <카일리 블루스> 정보, 줄거리, 리뷰

영화 정보기본 정보원제 : 路边野餐감독 : 비간출연 : 진영충, 페이양 루오, 시수에 유, 곽월, 린얀 리우 외제작 국가 : 중국장르 : 드라마, 미스터리관람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상영 시간 : 110분제공 OTT : 왓챠, 웨이브, 티빙, U+모바일tv 줄거리안개의 도시 카일리. 그곳에서 나이 든 의사와 함께 진료소를 운영하는 천성은 형제 라오와이가 방치한 아들 웨이웨이를 잘 챙기는 삼촌이다.

평범한 나날들을 보내는 천성의 꿈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연거푸 나와서 이상함을 느낀 그는 어머니의 묘를 방문하고 묘비가 바뀌었다는 걸 알게 된다.

이후 천성은 모호한 시간의 흐름을 타고 팔아버렸다는 조카 웨이웨이를 찾으러 전위안으로 향하는데… 리뷰로 보는 관람 포인트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의 이야기 영화의 오프닝은 천성이 함께 진료소를 운영하는 의사와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평범한 장면이었다.

기침을 한다는 건강 이야기부터 정전이 됐다가 불이 들어왔다 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 짧은 오프닝이 지나간 이후 금강경의 한 구절을 인용한 자막이 흘러나왔다.

영화의 초반이었기에 그 구절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헤아릴 수 없었다.

다만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그 어디에도 마음을 둘 수 없다는 듯한 구절이라고는 느껴졌다.

이후 천성의 일상을 보여주었다.

진료소에서 환자들을 보고, 진료소의 다른 의사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진료소를 나와서는 조카인 웨이웨이를 찾아갔다.

바깥에서 문이 잠긴 집 안에 홀로 있던 웨이웨이를 밖으로 데리고 나온 천성은 아이가 해달라는 것들을 해주며 같이 시간을 보냈다.

그러고 나서는 라오와이를 찾아가 왜 집의 자물쇠를 바꿨냐고 물었는데, 그런 상황이 일상적이고 평범해서 딱히 어떤 사건이 일어날 것 같지 않다 여겨졌다.

  평범한 흐름 속에서 어떤 단서 또는 암시처럼 보이는 단편적인 장면들이 지나간 후에 그제야 영화의 타이틀이 등장했다.

보통의 영화라면 오프닝 직후에 타이들이 등장하기 마련인데, 비간 감독의 최근 개봉작이지만 데뷔작인 <카일리 블루스>보다 먼저 개봉한 <지구 최후의 밤>과 같은 형식이었다.

영화의 중반이나 거의 중간 부분에 등장하는 타이틀, 끊임없이 이어지는 롱테이크가 두 영화에 모두 담겨 있어서 감독만의 특징인가 보다 했다.

여기에 모호하게 펼쳐지며 손에 잡히지 않는 이야기들로 인해 고작 두 작품을 봤을 뿐이지만 데뷔작부터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타이틀이 지나간 후에는 조카 웨이웨이를 팔았다는,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라오와이의 말을 듣게 됐다.

이 장면에서의 천성은 이전보다 조금은 젊어 보이는 외형을 갖고 있었기에 그가 누구인지,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 건지 헷갈리기도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영화는 타이틀이 등장한 이후에 시점이 바뀌었다는 걸 어느 순간 이후 인지할 수 있었다.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갔다고 말이다.

언제 바뀐지도 모른 시점의 변화가 영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파악할 수 없었다.

이전에 그랬듯 일상적인 흐름을 여전히 유지한 채 영화가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시간에도 마음을 두지 못한 한 남자 현재에서 과거로 흘렀던 영화는 다시 어느 순간 다른 시점으로 바뀌었다는 걸 지나고 나서야 알아챌 수 있었다.

처음엔 그게 더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 줄 알았는데, 거의 끝에 다다라서야 그게 과거가 아닌 미래였다는 걸 알게 됐다.

그것도 누군가의 이름이 등장했을 때 미래였다는 걸 알고 비로소 감탄을 했다.

자연스럽게 바뀌는 시점에 대해서는 깊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는데, 그 부분 외에는 모호하게 진행된 이야기라 조금은 지루한 느낌도 있었다.

극적인 사건이 없었고 이야기가 뚜렷하게 잡히지 않으며 그저 흐름에 따라 흘러가는 영화였기에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게 와닿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 영화가 무언가를 말하고자 하는 영화이기보다 그저 느끼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였다.

영화 오프닝이 지나고 금강경에 관한 인용이 후반이 되어서야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영화는 천성의 현재와 과거, 미래를 보여줬지만 그는 그 어느 시간에도 마음을 깊이 기울이지 않았다고 여겨졌다.

물론 그에게도 살아가는 동안 마음 둘 곳이 있기는 했다.

현재에는 어린 조카 웨이웨이였고, 과거에는 아마도 돌아가신 어머니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그리고 미래에는 친구의 사연이라고 언급하긴 했지만 사실은 본인과 아내의 슬픈 이야기에 마음을 두고 아파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명확하게 말하는 영화가 아니라서 단정 지을 수 없기는 하지만 말이다.

금강경의 구절처럼 아디에도 깊이 마음을 두지 못하고 흩날리던 천성은 마지막의 그 이름을 듣고서 다시 시간의 흐름이 바뀌어 발이 닿아야 할 곳으로 향하는 기차를 탄 게 아닌가 싶다.

영화 <카일리 블루스>는 2019년에 개봉한 <지구 최후의 밤>을 연출한 비간 감독의 데뷔작이다.

2015년에 제작되었는데 우리나라에는 작년에 개봉했다.

아무래도 <지구 최후의 밤>이 좋은 평을 받은 뒤에 데뷔작을 개봉한 듯싶다.

개인적으로 <지구 최후의 밤>을 너무나도 좋게 본 입장이라 이 영화도 보고 싶었는데, 평이 좀 갈리는 것 같아 극장에서는 못 보고 이제야 보게 되었다.

감독의 영화를 고작 두 편 봤을 뿐이지만 연출 스타일이 굉장히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몽환적인 이야기나 시점을 오가는 구성, 거기에 끝없이 이어지는 롱테이크까지 감독의 스타일이 확연히 드러나는 두 작품이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먼저 감상한 <지구 최후의 밤>이 나중에 나온 영화라 몰입도가 좋은 건 물론이고 완성도도 더 높아서 데뷔작인 <카일리 블루스>가 상대적으로 아쉽게 느껴졌다.

제작된 순서대로 개봉이 되었더라면 이 영화도 좋게 평가했을 것 같은데, 아쉽게도 <지구 최후의 밤>이 먼저 개봉한 터라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그 부분만 아니었다면 이 영화도 충분히 인상적이었을 텐데 유감이다.

어쩔 수 없이 비교를 하게 되긴 했지만, 이 작품은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인 영화다.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고 또렷하게 드러나는 내용이 있는 영화가 아니라서 평이 갈리겠지만, 독립영화와 작가주의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면 좋은 평을 받을 것 같다.

카일리 블루스 감독비간출연진영충, 곽월, 린얀 리우, 페이양 루오, 사리순, 주오화 양, 시수에 유, 다칭 자오개봉                                                2023.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