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 OST – 2주차 음악 방송영화 인정사정없이

 세기말 영화의 첫인상 깊은 한국 영화음악을 찾아서 두 번째 영화는 인정사정없이(1999)다.
20세기가 끝날 무렵 개봉한 영화에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제목일 것이다.
영화를 보지 않아도 안성기와 박충훈 두 배우가 빗속에서 서로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는 장면은 너무나 유명하다.
그러나 유명한 만큼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첫인상은 특별했다.
사전 뜻대로 보통과는 달리 특별하고 이상한 것이었다.
어렸을 때 나는 영화를 좋아하는 부모님을 따라 주로 외화를 봤다.
그리고 스무 살이 돼서야 작은 극장을 다니며 새 영화를 보려고 했지만 대부분 외국 영화였고 당시 개봉하는 한국 영화 중 특이하다고 생각한 작품은 없었다.
그러니 요즘 ‘보통 한국영화’를 보면,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는 그 범주에서 벗어나 있는 특이한 영화처럼 보이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관객 1000만 명을 넘은 영화가 일년에 꼭 한편은 나오고 유명 영화제에서 상도 받는 것을 감안하면 20세기 극장가에서 한국영화의 이미지를 상상하기 어려울 것 같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국 영화는 외화에 밀려 큰 흥행에 역부족이었다.
우리나라 전체도 아닌 불과 서울에서 10만을 넘으면 흥행작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한국 영화의 위상이 높아지기 시작한다.
퀄리티가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등장했다.
그 격변 속에 등장한 영화 중 하나가 인정사정 볼 것 없다다.

이쯤에서 영화 OST를 하나 들어보자 영화 인정사정없이를 대표하는 곡이다.
♬ Bee Gees – Holiday

한국영화 “형사물의 시작”, “인정사정없이”, (1999)

출처 : 네이버의 영화 주연 배우 안성기와 박중훈의 열연이 돋보이는 대표적 영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영화 매트릭스3-레볼루션에서도 패러디됐다.
영화 개봉 이듬해인 2000년 세계 최고의 독립영화제인 미국 선댄스 영화제에 소개된 덕분이었다.
할리우드 진출이 거의 없었던 당시로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 때문에 배우 박중훈은 할리우드로 진출하기도 한다.

지금은 활동이 뜸하지만 박중훈은 2000년대 초반 충무로에서 유명한 흥행 배우였다.
요즘 한국 영화에서 형사하면 베테랑 황정민이나 강철준의 설경구가 떠오르는데 당시 형사!
하면 꼭 박중훈이었다.
이 영화 이전에도 투캅스1(1993), 2(1996)에서 형사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중 한 편에서는 안성기와 형사 콤비로 등장한다.
물론 영화 인정사정 봐서는 형사와 살인범의 관계지만.

두 번째로 소개할 영화 OST는 체리필터의 일출날이다.
원곡은 송대가 불렀다.
♬체리필터-해가 뜨는 날 미장센 연출의 대가 이명세 감독 영화 연출을 맡은 이명세 감독은 미장센이 돋보이는 스타일리시한 연출의 대가다.
그는 이제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모든 시도를 해냈는데 지금은 감독 작가의 영향보다는 자본의 영향이 거대한 기획 영화 시대니까 요즘 한국 영화는 거대 자본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계 영화가 아니면 감독만의 스타일이 두드러지기 힘들다) 장면을 여럿 겹치기도 하고 피가 나서 장면 전체를 붉게 물들이는 등 특유의 탐미적 기질이 영화 속에 잘 녹아 있다.
이제 막 한국영화를 찾아 나선 터라 감독 이명세는 내게 생소한 인물이었다.
2017년 JTBC에서 방송된 영화연예 ‘전체관람가’를 통해 그를 자세히 알 수 있었다.
10명의 감독이 단편영화를 하나씩 만들어 영화와 제작 과정을 공개하는 프로그램이다.
10편의 영화 중 이명세 감독의 너 없이는 못살아는 단연 미장센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영화 및 제작과정이 수록된 JTBC ‘전체관람가’는 워처플레이로 관람할 수 있다.
2020.04.20)

이명세 감독 ‘너 없이는 못살아(2017)’ 출처 : 서울신문 현대무용가 ‘김설진’을 주연으로 캐스팅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가끔은 해석하지 않고, 단정하지 않고, 그림을 받아들이는 최초의 감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미술관에서 전시를 관람할 때 배경 설명부터 듣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 너 없이는 살 수 없다처럼 등장하는 경력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단정하지 못할 때, 인물 간의 관계나 전사를 생각하지 않을 때, 오히려 의미 있는 영화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앞뒤에 등장하는 텍스트는 영화의 의미를 반감시키는 요소였다.
어쨌든 이런 미장센이 돋보이는 한국 태생 영화는 보기 어려웠기 때문에 이명세 스타일의 영화가 별이 됐다고 느낀 것 같다.
희소성의 차원에서

줄거리, 이야기는 영화의 뼈대가 되는 만큼 중요하다.
그러나 영화의 탄생을 떠올린다면(영화의 시작은 기차의 도착을 그대로 담은 영상이었다.
) 기타 스토리 기반의 예술과 다른 영화의 특성은, “이미지”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영화를 좋아한다는 기준과 관점은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매력은 설명하지 않고 보여주는데 있다고 본다.
그래서 앞으로 이명세 감독의 별남 같은 여러 별남이 한국 영화에 등장하기를 바란다.